
늦가을 마트 한편에서 단단하고 둥근 호박 하나를 보자, 발길이 멈췄습니다.짙은 주황빛 껍질을 가진 그 호박을 바라보다 문득,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호박죽이 떠올랐습니다.그리고 그 따뜻한 향기 속에 스며 있던 오래된 가을의 기억들이 스르르 되살아났습니다.마당 한켠의 호박 넝쿨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에는 해마다 호박 넝쿨이 자라났습니다.어머니는 봄이면 마당 귀퉁이에 조심스럽게 호박씨를 심으셨지요.“호박은 참 고마운 작물이야.한 번 심어두면 알아서 무럭무럭 자라서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지.”그 말씀처럼, 호박은 특별한 손길 없이도 여름 내내 넝쿨을 뻗으며 자라났습니다.조그맣게 고개를 내밀던 호박이 어느새 두 손으로도 감싸기 힘들 만큼 커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, 그 자체가 어린 나에겐 신기한 일상이었습니다.따뜻..